그녀와의 가을

언제부터인가 느끼기 시작한 그녀의 존재감. 처음 만났을 때부터 내가 모르는 것 같은 거대한 물결이 쏟아져 내게 밀려들었다. 그녀는 차분하면서도 우아하게 움직인다. 이치에 맞지 않는 몸짓 없이, 당연하듯 보이는 행동에 대해서도 한 대 자신 있게 그녀는 그것을 지칭할 수 있다. 생각해 보면 어떻게 그녀를 처음 알게 된 건지 조금은 기억이 안 난다. 그저 그래 수없이 나와 꿈결처럼 지나가는 여성 중 살짝 눈길을 끄는 여성 중 한 명이었을 뿐인 것 같다. 그리고 언제부터인가 그녀와 내가 자주 마주칠 확률이 높아졌다. 지하철에서, 예쁜 공원에서, 조용한 카페에서..

그날도 그런 일이 일어났다. 카페에서 일하던 나는 창고에 그날 남은 커피를 담아뒀다. 시간은 이미 열시를 넘겼으므로 언제든지 마감한당일의 남은 커피는 버려야만 했다. 나는 창고문을 닫아보내 볼거리가 있나 살짝 주위를 둘러보았다.

커피냄새와 함께 바람이 불어와 그녀의 머릿결을 휘날렸다. 나는 그녀가 걸어오기 시작할 때면 그녀와 동시에 내 시선도 따라가게 된다. 오늘 그래서인지, 아니면 평소보다 더 귀여워 보였는지… 그녀는 드레스를 입었다. 단색이 아니라 무늬가 있는 드레스였으며 그 구성은 앞쪽에 노란색과 관련된 무늬가 있고, 뒷쪽은 새우들이 그려진 패턴이었다.

“안녕하세요.”

그녀가 인사를 한다. 내가 무언가를 생각하고 집중하고 있을 때면 내가 늦게 반응해주던 그녀에게 내가 불편해서가 아니라 혼잣말로 ‘어떻게 당신을 놓치지 않을까?’ 라고 강하게 물어볼 때도 있었다.

“안녕하세요. 오늘은 꽤 늦게 오셨네요.”

“네, 회사에서 일이 조금 늦어져서 지금 왔어요.”

그녀는 반도체 회사에서 일하는 살짝 키가 작은 여성이다. 내가 생각하는 대학원생과는 달리, 그녀는 그렇게 못 생겼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단지 중요하지 않은 문제지만, 그녀는 작지만 반짝이는 눈을 가졌다. 그리고 그녀의 입술은 도도하게 반듯한 실루엣을 갖췄다.

“어르신, 커피가 필요한 것 같아요.”

“네, 네. 당연히요.”

나는 그녀가 손님이 적어 정신없이 커피를 내려다 주려고 하며, 옆으로 나서서 같이 마시기를 제안한다. 그녀는 조금 의아해 하면서 초코칩 컵케이크를 골라 그것을 내 뱃속으로 밀어넣는다. 나는 허락 없이 선물 같은 것을 주려 할 때, 그녀는 웃으면서 거절해 버린다.

그러나 그녀가 있으면 난 기뻐진다. 옆은 조용한데도 불구하고 그녀와 함께 한다면 기분이 좋아지고 왠지 모르게 담담해진다는 것.

그렇게 몇 일이 흘렀다. 그녀와 함께 커피를 마시면서 이야기를 하면서 마음이 조금씩 붙어든 것 같았다. 그녀의 이야기는 본격적으로 난양그림과 두더지표 정로에서 시작된다. 나는 내가 그녀 곁에 앉아 있는 한 마음이 휘둘리는 것을 붕어빵 때다 전도사처럼 하나의 이야기로 불러모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러다 점점 그녀와 함께 있는 시간이 늘어나고 마지막엔 거의 모든 시간을 함께 보내졌다. 그녀는 조용하며 우아한 걸음으로 내 노래와 책, 선택된 그림을 들어준다. 혹시나 나에게 상황이 만만치 않다는 것 같으면 나는 “가자 가자.” 라고 그녀를 유쾌하게 장려해 준다.

그러나 상황이 만만치 않다. 그녀와 함께한 시간이 점점 무거워지고 있다는 것을 절감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같이 있으면 그녀는 내 얘기를 잘 들어주며, 내 이야기에 대해서도 흥미롭게 반응한다. 이러한 모든 것들이 그녀에게 전부인 것 같다.

그래서 나는 그녀에게 말했다.

“나야… 사랑에 빠져 버렸어.”

“그래도 나는 영원히 우리 말을 듣으면서 오늘도 커피를 내리기를 계속할 거야.”

나는 그녀가 내 말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것 같다는 것이 장담할 수 없었다.

“음, 그럼 그게 제일 중요하지 않을까.”

그렇게 논의를 계속하다가 그녀와 시작한나 좋은 계약을 하게 된다.

“나, 이제부터는 그녀에게 더 많은 것을 보여줘야 할 거 같아.”

그렇게 계약을 하고 이제 이야기가 시작된다. 뉴욕에서 바로 그녀를 찾아가기로 한다.

이제야 우리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녀와 내가 같이 살아가는 ‘그녀와의 가을’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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