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마지막 왕자

조선말 1907년, 한옥풍의 서로 닿지 않는 남북 간격과 화초와 물을 조화롭게 배치한 한식 정원이 길게 이어지는 이삭동 한가운데에 미스터리한 남자가 나타났다. 저세상적인 아름다움의 수수께끼에 하나같은 시선이 쏠리는 그에게 ‘조선의 마지막 왕자’라는 다소 환상과 비스름한 존재감이 어울린다.

일제시대인 순종은 로맨틱한 영혼을 지니고 있었다. 무력으로 베인 이빨 이후에도 강제로 일본에 기본료돈 같은 존재로 활동하게 된 순종, 이토 히로부미의 이궁에서 결혼 관례를 거쳐 신혼을 맞이하게 된 미국인 카산드라, 의지와 힘으로 생존하며 요행을 보여주는 아들 왕회, 강한 의지력과 나름 흥미를 지니고 세트를 선보이던 순종의 호구.

조선 말기의 캐스팅을 통해 잃어버린 대한민국의 정신뿐 아니라 그리운 자랑스러운 시절의 기억이 조금 되살아나게 해주는 이번 소설 ‘조선의 마지막 왕자’에서는 왕실이 있었던 틈 안 틈에서 펼쳐졌던 인간스러운 이야기와 역사적으로는 지나가버린 도미노들의 모습을 재견할 수 있다.

속도조절된 구조의 구성과 보통 작품에서 다루지 않는 일제강점기후 조선과 일본, 그리고 조선의 그 후를 담은 잘 다듬어진 실력과 함께 체계적인 계획에 기반한 역사 설계와 무리하지 않은 조작, 그에 더해 다양한 각도의 제 3인칭 경우의 수를 고려한 입체적인 인물 중심의 서술이 만나 완성도 높은 작품이다.

그리고 뭔가 지친 현실에서 조금 떨어져 보고 싶다면 일제 강점기 조선으로 가 봅시다. 이 수수께끼같은 이의 삶을 통해 사람은 인생의 의미를 찾으며 우리의 시선을 확장시키고, 우리의 인기부정적양식을 고쳐주는 근대적인 동시에 깊은 가치를 지닌 창작전인 비극적 운명의 한편을 살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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